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인재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원자가 직접 기업을 찾아가던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먼저 나서 인재들을 채가는 양상이다. 인재들 또한 연봉뿐 아니라 우수한 인프라와 연구 자유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내외 AI 인재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이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며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소수의 AI 인재를 놓고, 빅테크들이 서로 인재를 뺏거나 빼앗기는 형국이다. AI의 발전 속도를 인재 양성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데 따른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며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 DALL·E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며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 DALL·E

메타(Meta)는 지난 7월 AI 음성 스타트업 ‘웨이브폼스’를 인수하고, 공동 창업자들을 자사로 영입했다. 공동 창업자인 알렉시스 코노(Alexis Conneau)는 메타와 오픈AI 출신 연구원으로, GPT-4o의 고급 음성 모드 신경망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코랄리 르메트르(Coralie Lemaitre)는 구글 광고 전략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최근 몇 개월 새 메타에 애플, 구글 딥마인드, 오픈AI, 앤트로픽 등 빅테크 출신 연구자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은 메타가 초지능AI(AGI) 개발을 위한 ‘슈퍼인텔리전스 랩스(MSL)’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애플 AI 모델팀을 이끌던 뤄밍 팡(Ruoming Pang)과 딥마인드 출신의 잭 레이(Jack Rae), 오픈AI 챗GPT 핵심 개발자인 셩지아 자오(Shengjia Zhao) 등이 메타의 품에 안겼다.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의 지분 49%를 인수하며, 창업자 알렉산드르 왕(Alexandr Wang)을 최고AI책임자(CAI)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MSL 내에 ‘TBD 랩스’를 구성하고 AI 에이전트 개발 등 프로젝트에 나섰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AI 분야에서는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략적인 인력 재편에 나섰다고 해석한다.

MS는 지난 6개월 동안 구글 딥마인드에서 20~24명에 달하는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영입했다. 이 가운데는 제미나이(Gemini) 챗봇 개발을 이끈 아마르 수브라마냐(Amar Subramanya), 전 딥마인드 수석 엔지니어 애덤 새도브스키(Adam Sadovsky), AI 언어 이해 분야 전문가 소날 굽타(Sonal Gupta) 등이 포함됐다.

리더십 영입도 눈에 띈다.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인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현재 MS의 AI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영입 직후 ‘코어AI(CoreAI)’라는 새로운 AI 플랫폼·도구 개발 조직을 신설하고, 메타 출신 임원 제이 파리크(Jay Parikh)를 영입해 조직 역량을 강화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AI 인재 쟁탈전은 점점 더 광란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그 정도가 터무니없을 만큼 커져서 이제는 스테판 커리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NBA 스타들의 천문학적 시장과 비슷해지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관료주의나 외부 모델 의존 등 기업 방향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기업을 떠나는 이도 많다. 메타의 경우에도 지난달 말 MSL에서 일부 인력이 퇴사한 후 다시 오픈AI로 복귀하는 등 AI 핵심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을 찾아 나서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같은 AI 인재 경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해 발표한 ‘AI 인력 수급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2020~2023년) 새 박사급 AI 인력 중 약 33%가 해외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어 기술자부터 버티컬 영역까지 전반적으로 AI 인재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돈’만이 아니라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국내 우수 인재를 붙잡아야 한다고 분석한다.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AI산업본부장은 “개발자들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지나치게 도제식 교육 중심으로 AI 인재를 양성하다 보니, 한두 명의 뛰어난 인재가 나오면 해외에 뺏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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