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인재 전쟁에서 중국은 국가적 투자와 정책 일관성을 무기로 인재 자립에 성공하며, ‘딥시크(DeepSeek)’ 같은 토종 스타트업을 세계 무대에 올려세웠다. 반면 한국은 AI 인프라 부족과 경직된 연구 환경 탓에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며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인재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자국 AI 인재 양성에 힘쓰는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기술 자립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 DALL·E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자국 AI 인재 양성에 힘쓰는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기술 자립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 DALL·E

중국은 지난 2018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자국 AI 인재 양성에 힘쓰는 중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기술 자립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재 양성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중국은 해외 인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국 인재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AI 모델을 개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전 세계 AI 연구자의 47%가 중국 대학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등록되는 AI 모델의 대부분이 중국 개발자 결과물인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올해 1월 공개한 저비용·고효율 거대언어모델(LLM) ‘R1’이 글로벌 AI 시장에 충격을 안기며 이러한 흐름을 입증했다. 딥시크는 제한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과 자국 인력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이는 중국식 AI 인재 전략의 대표 성과로 평가된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AI 인재들은 여전히 부족한 GPU 등 AI 인프라, 낮은 보상 체계, 경직된 기업 문화를 이유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 유수 대학이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풍부한 연구 자원과 개방적 조직 문화를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연구자가 창의적으로 일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AI 산업의 성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인재가 빠져나가면 기업은 연구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고, 단기 프로젝트 중심의 개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뛰어난 인재가 모이지 않는 구조 자체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도 장기 플랜으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처럼 자국 AI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인재를 꾸준히 육성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 지금의 젊은 중국 개발자들은 (능력주의와 같은) 미국 실리콘밸리 문화와 정서를 가지게 됐다”며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AI 인재 육성 정책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서 AI 인재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