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HL-GA 배터리’ 공장 현장 단속에 따른 영향이 미국 투자를 진행중인 다른 국내 기업들에도 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LS전선 등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서 공장 신, 증설 투자 과정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석방된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 뉴스1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석방된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 뉴스1

이번 사태가 벌어진 ‘HL-GA 배터리’ 공장에서는 단속의 여파로 공사 진행이 멈춘 상태다.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주요 인력들이 단속의 영향을 받으면서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퀸크릭, 미시간 랜싱, 오하이오 파예트카운티 등 건설 중인 다른 라인 역시 인력 수급 불안에 따른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향을 받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뿐만이 아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과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총 370억달러(약 51조578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를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947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를 비롯해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는 200조원을 웃돌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미국에 대규모 투자로 공장 건설 등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일정 지연에 따른 대규모 재무적 손실 가능성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건설이 늦어질수록 기대 매출은 물론 미국 정부와 약정한 보조금 지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지에서는 현재 공장에 설치되는 수준의 첨단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숙련 인력을 한국서 파견하기에는 이번 단속의 원인이 된 비자 문제 등이 걸림돌인 상황이다.

한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배터리,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인력이 움직이는 모든 기업들에 이번 사태로 인한 영향이 퍼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의 ESTA 기반 출장 일정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비자 발급을 준비하며, 출장 인원 자체도 최소화하는 등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출장에 사용할 수 있는 비자 유형에 대한 해석도 명확치 않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미 간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워킹그룹을 가동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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