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두나무의 결합으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 둘의 결합은 간편결제, 가상자산 거래를 아우르는 초대형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탄생일뿐만 아니라 장기적 사업 성장 동력 확보라는 점에서 그 시너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두나무가 네이버 핀테크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논의하는 중이다./ 챗GPT
최근 두나무가 네이버 핀테크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논의하는 중이다./ 챗GPT

30일 IT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두나무가 네이버 핀테크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논의하는 중이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구조로, 두나무가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시장에선 두나무 기업가치를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을 5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두 기업이 합병하면 두나무 주주는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3주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 2대 주주는 네이버, 3대 주주는 김형년 부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빅딜은 국내 최대 IT 플랫폼인 네이버와 1위 가상자산거래소를 보유한 두나무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두나무와 네이버의 결합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두 기업의 합병은 두나무로선 단순한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기술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두 기업의 시너지 창출이 주목된다. 네이버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두나무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업비트에서 유통, 이를 네이버페이 결제망에서 결제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가상자산 전문가인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두나무는 네이버를 통해 그들의 네트효과를 바로 누릴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용자 확보인데, 네이버는 안정적인 사용자가 이미 확보돼 있어 두나무가 이 시장을 미리 확보하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두나무가 염원해 왔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앞서 두나무는 글로벌 종합 거래 플랫폼을 지향했지만, 금융 당국 규제로 사실상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금융당국은 외국인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는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해외 사업 확장에 제한을 걸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규제로 추진하지 못했던 신사업 진출도 가능해진다. 최근 공개한 금융 친화적 블록체인인 기와를 활용해 웹3 기반 금융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또한 일본, 동남아 등 네이버의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진출 가속화도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이들의 합병과 관련해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단순 가상자산 거래대금에 대한 수익 인식이 아닌, 실물자산(RWA)·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자산 사업의 확대로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관계를 고려할 때, 미래에셋그룹의 증권이 기존 증권 거래와 RWA 토큰화에 참여, 두나무가 이를 유통하는 형태가 가능하다”며 “플랫폼에 존재하는 디지털 자산의 실생활에서 사용은 네이버파이낸셜 결제 영역이 처리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70%,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이 30%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가 되면, 지분을 보유 중인 미래에셋증권의 참여도 예상된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는 네이버에게 단기적 실적 개선 효과보다 장기적 사업 성장 동력 확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두 회사는 이번 거래를 통해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서영 기자
ins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