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형 식품 설계가 단순한 영양 관리를 넘어 질병 예방과 치료, 건강 수명 연장까지 아우르는 미래 식품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에서 개인 맞춤형 식품 설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세션이 14일 진행됐다. '과천 X 개인맞춤형푸드설계' 세션에서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애주기와 질병,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식품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션에는 정성미 서울대학교 교수, 양희 국민대학교 교수, 최용민 농촌진흥청 박사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최재현 로우파트너스 소장, 양선흥 팜킷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성미 서울대학교 교수는 과천시와 춘천시가 올해 1월 월드푸드테크협의회와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내용을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과천은 '설계·서비스', 춘천은 '제조' 분야를 각각 담당하며, 3년간 총 105억원의 국비를 투입해 푸드테크 혁신거점을 조성하게 된다.
정 교수는 "기술 발달과 더불어 식품업계에서도 데이터 기반 산업이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며 "과천 연구지원센터는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식품 식단 설계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 맞춤은 생애주기별 영양 관리부터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병 관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위고비 같은 체중 감량 치료와 함께하는 식단까지 매우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통한 개인 맞춤 식단부터 시작해 실질적인 실증과 인증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연구지원센터에서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잘 지원하고 관련 네트워크 구축을 돕겠다"고 말했다.
양희 국민대학교 교수는 데이터 기반 맞춤형 푸드 설계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치료보다 예방 중심의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러한 인식이 급격히 커졌다"며 "내 건강 관리를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먹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개인 맞춤형 식단 설계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축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개인의 유전적 정보, 대사체 정보, 식습관, 행동, 선호도, 라이프스타일까지 포괄하는 개인 데이터다. 두 번째는 영양 성분, 원료, 가공 과정, 제형, 레시피 등을 포함하는 식품 데이터다.
그는 "최근 오믹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유전체, 단백질체, 대사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리적·대사적 특징을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해졌고, 알파폴드 같은 기술로 식품의 복잡한 분자 구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직접 개발한 '퍼스널 푸드 스코어' 프레임워크를 소개하며 "비건 소비자가 자신의 식이 유형을 선택하면 시중 제품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필터링해서 추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당뇨 환자를 위한 대체 레시피 생성 알고리즘도 개발 중이라며 "환자가 가진 식재료를 바탕으로 질환 상태를 반영해 주재료뿐 아니라 부재료까지 함께 바뀌는 전체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알고리즘 설계, 서비스 개발 파트가 분절된 형태"라며 "이 세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민 농촌진흥청 박사는 농촌진흥청이 보유한 식품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소개했다. 그는 "1970년부터 구축해온 국가 표준 식품 성분 DB를 비롯해 기능성분 DB, 메뉴젠(MenuGen) 음식 DB, 전통 향토 음식 DB 등 6가지 DB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반세기 동안 식품 성분 데이터가 36배 증가했고, 2022년부터는 농식품부, 식약처, 해수부가 제공하는 식품 영양 정보를 표준화해 공공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뉴젠 음식 DB는 상용 음식 4000여 종에 대한 세부 재료량과 영양 성분 정보가 담겨 있어 식단 작성과 평가에 활용된다"며 "최근 식품 성분 DB보다 음식 DB 다운로드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 박사는 향후 발전 방향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원재료 중심에서 가공식품 비율을 늘리고, 대표값 제공, 부피·중량 환산, 1회 분량, 가공·조리 과정의 성분 잔존율 등을 추가할 계획"이라며 "신뢰도 있는 1차 데이터 생산을 강화하고, 메타데이터를 고도화해 컴퓨터가 활용하기 쉬운 데이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이기원 서울대학교 교수는 세션을 마무리하며 지역 기반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가진 지자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에 기반한 생태계와 인력 양성의 융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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