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둘째 날 ‘인천 X 푸드스마트유통’ 세션에서 산업계와 학계가 인천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스마트 유통 실증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인천은 국내에서 공항과 항만을 모두 보유한 도시로, 항공·해상·육상 물류망이 집약돼 있다. 이미 콜드체인 센터 등 기반 시설이 구축돼 있어 푸드테크와 스마트유통 실증에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세션 진행은 김성보 연세대학교 교수가 맡았으며, 발표에는 이상용 쿠팡 풀필먼트 디렉터, 박병춘 CJ씨푸드 팀장, 오학룡 웰프렌 대표가 나섰다.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발표자 3명과 이수동 중소기업푸드테크협회 협회장, 이동준 중앙대학교 교수가 참여했으며, 사회는 최예은 나눔엔젤스 상무가 맡았다.

(사진 왼쪽부터) 이상용 쿠팡 풀필먼트 디렉터, 박병춘 CJ씨푸드 팀장, 오학룡 웰프렌 대표, 이수동 중소기업푸드테크협회 협회장, 이동준 중앙대학교 교수, 최예은 나눔엔젤스 상무가 '인천 X 푸드스마트유통' 세션에서 패널토론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상용 쿠팡 풀필먼트 디렉터, 박병춘 CJ씨푸드 팀장, 오학룡 웰프렌 대표, 이수동 중소기업푸드테크협회 협회장, 이동준 중앙대학교 교수, 최예은 나눔엔젤스 상무가 '인천 X 푸드스마트유통' 세션에서 패널토론하고 있다. / 이윤정 기자 

데이터 기반 물류와 조리 자동화… 현장 기술 공개

이상용 쿠팡 디렉터는 PDA 기반 이력관리와 실시간 경로 최적화 시스템을 소개했다. 캠프(물류거점)부터 딜리버리 차량까지의 모든 작업 이력이 PDA에 기록되고, 차량 정보와 연계돼 최적 운송 경로를 자동 제안한다. 이를 통해 물류 효율과 배송 정확도를 높였다.

특히 신선식품에서 농약 부적합 판정이 발생할 경우 3시간 내 전 과정 추적 및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 기반의 품질 관리 체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2018년부터 프레시 사업을 전개해왔으며, 연간 신선식품 핸들링 물량은 약 2만5000~3만 톤에 이른다.

박병춘 CJ씨푸드 팀장은 수산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조·유통 연결 모델을 설명했다. CJ씨푸드는 생선구이 제품군으로 시장에 진입해 4년 만에 24%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소비자 조사 결과 ‘조리 편의성’이 재구매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트레이째 데워 먹는 설계로 차별화를 꾀했다”며 냉동 대신 냉장 유통 시장 진입 배경을 설명했다. 제품화 과정에서 수산원물 가공품 특성 분석, 유통 온도 표준 설정, 패키지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전략을 강화했다.

오학룡 웰프렌 대표는 학교 급식 분야에서의 조리 자동화 사례를 발표했다. 튀김 조리 로봇은 단체급식 조리원의 육체 부담을 50% 이상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5단계 시나리오 기반으로 다양한 조리공정에 적용할 수 있다.

초음파 기술을 활용해 기름을 미세화하고 냄새를 줄여 맛을 개선하는 기술도 소개했다. 웰프렌은 인천을 포함해 전국 여러 학교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급식 밀키트 시장이라는 틈새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인천 거점 전략 강조… “실증 생태계 확산의 출발점 될 것”

패널 토론의 핵심은 인천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 스마트유통 실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이수동 중소기업푸드테크협회 협회장이 제시한 비전이 토론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이수동 협회장은 “인천은 공항과 항만, 육상 물류망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의 도시로 푸드테크 유통의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며 “물류 인프라가 실제 산업 생태계와 맞물릴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이 가진 특수성을 단순한 지리적 이점이 아니라 스마트 유통의 실증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또 “AI 재고 최적화, 스마트 콜드체인, 자동화 물류,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 확보는 푸드 유통 생태계의 핵심 기술”이라며 “이런 요소를 인천에서 먼저 실증하고 표준화해야 한다. 이 표준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K-푸드테크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인프라에 민간 기술을 얹는 ‘하향식 모델’보다, 민간 주도 실증에 공공이 뒷받침하는 ‘상향식 모델’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 협회장은 “지금은 정부가 방향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먼저 실증 생태계를 구축하고 정부가 이를 확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인천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준 교수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생성되는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 현장과 학문 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산학 협력과 데이터 공유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자 3명도 물류, 제조, 조리 자동화 현장에서 실증 과정에서 마주한 기술적 과제와 한계를 공유하며, 표준화와 데이터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사회를 맡은 최예은 상무는 “스마트 유통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민간과 학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인천은 이런 협력 모델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거점”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월드푸드테크 표준’을 주제로 13일부터 15일까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50여개 세션을 운영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서울대학교 월드푸드테크창발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국제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내외 기관과 지자체, 주요 푸드테크 기업이 후원한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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