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성장 정체 우려에 직면했다. 3분기 실적은 배그 흥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핵심 신작 ‘서브노티카2’와 ‘펠월드 모바일’ 출시가 내년 하반기로 밀리면서 단기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전망이다.

/ 챗GPT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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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은 3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 8706억원, 영업이익 3486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7.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4069억원, 영업이익은 1조51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배틀그라운드’ 등 주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견조한 성과 덕분이다. PC 부문 매출은 배틀그라운드 IP 협업 효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린 내년도 신작 출시 일정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크래프톤은 해양 어드벤처 신작 ‘서브노티카(Subnautica) 2’와 글로벌 흥행작 ‘펠월드(Palworld)’의 모바일 버전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작품 모두 내년 하반기 이후 출시가 예상된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두 게임의 출시 시점은 상·하반기 중 조율 중이다”며 “출시 시기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AAA급 신작 부재와 상반기 글로벌 대작 경쟁 심화를 이유로 크래프톤의 단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본다. 특히 락스타게임즈의 ‘GTA6’ 등 대형 타이틀이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어, ‘서브노티카2’의 조기 출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개발사 언노운월즈(Unknown Worlds) 전 경영진과의 법적 분쟁까지 겹쳐 일정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올해 얼리 액세스로 공개될 예정이던 ‘서브노티카2’는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배틀그라운드’ 중심의 수익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크래프톤이 신작 공백기를 최소화하지 못할 경우 성장세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주요 수익원인 중국판 배틀그라운드 ‘화평정영’도 변수다. JP모건은 “화평정영의 모바일 매출 순위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쟁작 등장으로 레벨다운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 CFO는 “각 게임의 업데이트 주기가 달라 일시적 영향이 있었다”며 “9월 중순 경쟁작 ‘델타포스’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단기 하락이 있었지만, 화평정영은 장기 경쟁력이 있는 타이틀로 반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2027년을 재도약의 해로 설정했다. 배 CFO는 “2027년부터 11개 프로젝트를 포함한 신작 라인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5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새로운 개발 프레임워크가 가시화되는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2026년에는 ‘서브노티카2’와 ‘펠월드 모바일’ 등 핵심 IP가 출시되고, ‘펍지 2.0’의 주요 콘텐츠가 공개될 예정이다”라며 “2027년이 크래프톤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