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의 인터넷 브라우저 경쟁은 다시 ‘첫 화면’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의 출입구인 브라우저를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검색·광고·데이터·기기 연동의 주도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파리,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구글 크롬 / 챗GPT 생성 이미지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파리,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구글 크롬 / 챗GPT 생성 이미지

1990년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운영체제(OS) 기반 독점 논란으로 제재를 받았지만 이후 웹 표준 기술의 주도권을 쥐었다. 2008년 등장한 구글 크롬은 빠른 속도와 간결한 구조, 구글 서비스 연동을 강점으로 ‘제2차 브라우저 전쟁’의 승자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세계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 크롬이 71.7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 사파리가 13.9%,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와 오페라, 삼성 인터넷이 그 뒤를 잇는다.

크롬 중심의 독주 구도 속에서 각 기업들은 AI를 무기로 새로운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아틀라스’, 퍼플렉시티의 ‘코멧’ 등 신흥 AI 브라우저들이 대화형 검색과 문서 자동화 기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구글과 MS도 이에 맞서 각각 ‘제미나이 인 크롬’과 ‘코파일럿 엣지’를 내세워 자사 생태계 내에서 AI 브라우징을 구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 구글이 ‘검색-광고-데이터’를, MS가 ‘OS-생산성-클라우드’를 무기로 한다면, 삼성전자는 ‘기기-데이터-보안’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브라우저를 ‘디바이스 허브’로 삼아 AI 서비스를 연결하며 하드웨어 강점을 극대화했다.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 특징 / 삼성전자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 특징 / 삼성전자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는 바로 그 관문이다. 모바일과 PC 간 브라우저 데이터를 실시간 동기화하고, 삼성패스 기반 보안 로그인과 자동완성을 지원한다. 갤럭시 AI가 웹페이지를 요약·번역해주는 브라우징 어시스트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이용자는 하나의 계정으로 일관된 AI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선 이번 행보를 삼성전자의 ‘자체 생태계 독립 전략’으로 본다. 안드로이드 기반에서 구글 서비스 의존도를 낮추고 삼성 계정 중심의 통합 경험을 강화해 AI 브라우저 주도권을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목표는 단순 ‘검색 시장 진입’이 아닌 ‘생태계 완성’이다. 브라우저는 출발점일 뿐이며 그 뒤에는 기기·데이터·AI를 유기적으로 엮어 이용자 경험을 통합하려는 ‘삼성식 풀스택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인터넷 PC 브라우저는 크롬 대체를 넘어 갤럭시 스마트폰·패드·북·워치로 이어지는 디바이스 생태계를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다”라며 “AI 기능을 접목한 삼성 인터넷은 연결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