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AI가 먼저 이용자에게 말을 걸고 행동을 제안하는 ‘선제형 AI’ 경쟁에 나섰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등 자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맥락 기반 추천을 실행하는 ‘에이전트N’을,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를 분석해 상황에 맞게 개입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앞세웠다. 용어는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이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AI가 먼저 판단하고 연결하는 경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최근 발표한 AI 사업 전략의 목표는 ‘에이전틱 AI’ 구현이다.
네이버가 11월 6일 팀네이버 연레 콘퍼런스 ‘단25’로 공개한 온서비스 AI 에이전트 ‘에이전트N’과 카카오가 9월 23일 연례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발표한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 추구하는 게 결국 자사 플랫폼 이용자가 AI를 통해 다양한 AI 에이전트와 쉽고 편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같다는 말이다.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카카오는 정신아 대표가 여러 공식 행사에서 ‘에이전틱 AI’ 개념을 직접 설명했다. 정신아 대표가 말하는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만들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는 자율형 AI다.
네이버는 같은 개념을 쓰지 않는다. 네이버는 에이전트N을 기존 전략인 ‘온서비스 AI’를 수행하는 통합 에이전트로 정의한다. 최수연 대표는 단25에서 “통합 에이전트 단계가 되면 이용자가 검색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명령하지 않아도 AI가 상황을 읽고 다음 행동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말하는 에이전틱 AI와 방향은 같다.
차이는 AI가 맥락을 읽는 방식에서 생긴다. 네이버는 포털을 기반으로 한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다.
카카오의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이용자가 동의한 대화를 직접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요즘 피곤하다”고 말하면 카나는 대화 흐름을 보고 30대 건강검진 항목을 추천할 수 있다. AI가 대화 내용을 그대로 읽고 상황을 파악한다.
네이버 에이전트N은 이용자의 검색 기록과 클릭 같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맥락을 추론한다.
이용자가 블랙핑크 신곡 기사를 보고 있으면 신곡 정보나 순위를 안내하거나 네이버 앱에서 바로 재생하도록 제안한다. AI가 이용자의 행동을 보고 간접적으로 맥락을 파악하는 구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카카오가 외부 생태계 연결을 위해 플레이MCP 같은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꾸준히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AI가 카카오톡 대화에서 맥락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외부 연결 두 가지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카카오의 자체 AI 에이전트들 외에도 외부 기업들이 만든 AI 에이전트까지 전부 조율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를 구현하겠다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는 네이버 안에서 많은 것들을 다 할 수 있는데다 자체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AI를 고도화하니까 외부 생태계 연결은 상대적으로 후순위 같다”며 “그래서 카카오와 달리 에이전틱 AI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전문가는 “두 회사가 서로 AI 브랜드를 다르게 정의하고 고도화하다 보니 다른 사업 전략처럼 표현되는 것 같다”며 “결국 둘 다 하려는 건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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