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에어 판매 부진과 아이폰17 품질 문제 AI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난제를 겪고 있다. 애플의 전략 축이 흔들리면서 국내 부품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본지는 애플이 어떤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는지 국내 산업에 어떤 파장이 이어지는지 애플 체제가 어디서 흔들리기 시작했는지 점검한다. [편집자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한 유투버가 이날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에어'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한 유투버가 이날 출시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에어'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수 년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켜온 애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최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대거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플 위기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경쟁사 대비 다소 늦어진 AI 통합 문제와 함께 올해 9월 출시된 초슬림 스마트폰 아이폰 에어의 판매 부진은 애플의 위기론을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에어를 신규 수요 창출형 전략 제품으로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텔리전스리서치파트너스(CIRP)는 9월 기준 전체 아이폰 판매량 가운데 아이폰 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아이폰17 프로(9%)와 아이폰17 프로 맥스(12%)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애플은 내년 가을로 예정돼 있던 아이폰 에어 후속 모델 출시 일정을 연기했으며, 이번 제품의 생산 설비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폭스콘은 아이폰 에어 생산라인을 1개 반만 남기고 모두 해체했으며 11월말까지 모든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또 다른 조립업체인 럭스셰어는 이미 10월 말 관련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아이폰 에어는 두께 5.6㎜, 무게 165g으로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장 얇은 제품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카메라 성능이나 배터리 용량 등이 낮아졌고, 가격은 프리미엄 라인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소비자에게 외면 받았다.

혁신적 성능이 부족한 데다 기능적 차별성도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전략적 포지셔닝 실패로 지적된다. 올 가을 출시한 아이폰17 시리즈는 기본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품질 이슈와 애플의 미온적 대응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폰 17 시리즈를 사용 중인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5G·LTE 데이터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거나 연결이 끊기는 등의 셀룰러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잇따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애플이 해당 사안에 대해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iOS 26.2 베타 3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셀룰러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애플이 최근 개발자 대상 iOS 26.2 베타 3 버전을 배포하면서 조용히 문제 해결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신 운영체제 iOS 26.1에서는 여전히 셀룰러 연결 문제가 나타나 이용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최근 아이폰 17 프로·프로맥스에서 후면 스크래치, 상단 모서리 벌어짐, 변색 등 품질 이슈가 잇따르며 외부 충격과 마모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I 통합 지연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애플은 당초 자체 AI 모델 기반 ‘시리’를 지난해 가을 아이폰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기술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며 출시가 계속 늦어졌고 결국 내년으로 연기됐다.

현재 애플은 오픈AI, 앤트로픽의 AI 모델을 시리에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구글 제미나이 모델 탑재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자체 AI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경쟁사 대비 늦어진 AI 기능을 신속히 보완하려는 투트랙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에어의 실패는 단일 제품 이슈를 넘어 애플 체제 전반의 변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AI 기술 경쟁에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이 폐쇄형 생태계 전략과 하드웨어 중심 전략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