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5년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알뜰폰 업계가 상반된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일부 사업자 사이에서는 "고무적이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흘러나오는 반면 "기존에 내놓은 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재탕 발표였다"는 부정적인 기류도 읽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현 알뜰폰 업체를 '자체 설비를 갖춰 독자적인 요금 설계 역량을 확보한 알뜰폰 사업자'를 뜻하는 '풀(Full) 알뜰폰(MVNO)'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알뜰폰 부흥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풀 알뜰폰이 이동통신(MNO) 사업자로까지 성장해 지금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 과점 체제를 견제하기를 원한다.
정부는 이 같은 알뜰폰 부흥을 위해 현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 낮추기로 했다. 도매제공 대가 산정에 제공비용 기반 방식을 도입해 종량제(RM) 데이터 도매대가를 현재 1.29원/MB에서 0.82원/MB(-36%)으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자가 사용할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매 시 할인받는 혜택도 확대해 1년에 5만TB(테라바이트) 이상 선구매(SK텔레콤 기준)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이번에 칼을 빼든 이유는 현 알뜰폰사들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출시할 수 있는 독자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월말부터 정부가 직접 도매대가를 검증하는 사전규제 방식에서 사업자 간 자율협상 후 신고하는 사후규제 방식으로 변경되는 만큼 그 이전에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948만 회선으로 전체 휴대폰 회선 수(5698만개) 대비 16.6% 수준까지 성장했으나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상당수가 알뜰폰인 것으로 드러나는 등 보안과 서비스 측면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알뜰폰 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 관련해 다소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그간 꾸준히 제기했던 부분이 꽤 담겨 고무적이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고시되는 부분에서 내용이 바뀔 여지가 있지만 지금 이 정도 흐름이라면 만족스럽다"고 했다.
반면 업계 다른 관계자는 "데이터 도매대가 할인률이 최대 52%라는데 현재 알뜰폰 기업 중 이 할인율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며 "수치만 부각했지만 여러 부분을 살펴봐도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또 현 알뜰폰 요금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배분(RS) 4세대 이동통신(LTE)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RM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는 알뜰폰 업계 전체에 그리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알뜰폰 관계자는 "현재 출시한 요금제 중 RS 방식이 80%에 달하는데 RM 방식의 요금제를 인하한다고 사업 대세가 달라지겠느냐"며 "곧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서 손을 떼는데 현재 내놓은 알뜰폰 대책만으로는 알뜰폰 업체의 자체 협상력을 높이기는 힘들 것이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 정부, 알뜰폰 집중 육성…제4이통은 ‘기업 주도’로
- 1만원대 알뜰폰 20기가 5G 요금제 출시 가능해져
- 무너지는 알뜰폰, 실적 악화에 추가 악재만 한가득
- 지난해 휴대폰 번호이동 630만건… 전년比 12%↑
- 알뜰폰, 올해부터 전파사용료 납부 의무…"경쟁력 약화요인" 우려도
- 정부, 단통법 후속조치·알뜰폰 활성화 정책 지속 추진 [2025 경제정책]
- 유상임 장관 "AI 기본법 진흥 원칙으로…AI 추경 우선순위"
- "월 100원 요금제+파격 이벤트"… 생존 ‘안간힘’ 나선 알뜰폰
- 알뜰폰협회, 고명수 스마텔 대표 9대 회장 선출
- 전파사용료 뭐길래… 알뜰폰 “낮춰달라” vs 업계 “자생력 갖춰라”
- "가뜩이나 안 좋은데"… 알뜰폰 업체끼리 ‘불협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