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 메모리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 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 뉴스1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해 영업이익은 32조7260억원으로 전년보다 398.34% 증가했다고 31일 밝혔다. 매출은 300조8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순이익은 34조4514억원으로 122.45%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출 75조7544억원, 영업이익 6조49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9.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7조7544억원으로 22.2%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전망한 삼성전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76조8752억원, 6조9388억원이었다. 당초 증권사에선 10조원 내외 영업이익을 예상했다가 잠정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전망치를 7조원대 수준으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미치지 못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 수익성 감소가 이어진 것이 전반적 실적 부진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만 보더라도 시장에서 전망한 3조원대 영업이익을 넘지 못했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조9000억원, 매출 30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25%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IT 제품의 수요 부진과 중국발 저가 메모리 물량 공세로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떨어진 것이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각광받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 및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첨단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동률 하락 및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다만 메모리는 모바일 및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 및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휴대전화와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매출은 40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러나 연간 기준 갤럭시 S24 시리즈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면서 플래그십 제품 매출은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도 판매 수량 및 금액이 모두 성장했다. 네트워크는 국내를 비롯해 북미, 일본 등 국내외 주요 시장에서 매출 및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VD(비주얼 디스플레이)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연말 성수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매출이 확대됐으나 전반적인 수요 정체 및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다. 

생활가전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으나, 비용 효율화 등을 추진해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하만은 전장 사업의 안정적 수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디오 제품의 연말 성수기 판매를 확대해 매출이 증가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사업의 경우 전반적인 스마트폰 시장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며, 대형 사업은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분야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사 실적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5년은 AI 분야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대응과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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