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여의도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계속되자 이동통신사들이 이동기지국 차량을 전면 배치해 불어난 통신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통신사들이 통신 본연의 기능에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이동기지국을 늘릴 게 아니라 기지국 자체를 증설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비용, 건물주와의 협의, 주파수 혼간섭 문제 등을 거론하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12일 주요 집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광화문, 서울시청, 용산 일대 등에 이동기지국 36대, 간이기지국 39대, 상황실·현장 대응 인력 124명을 투입했다. 12월 7일 이동기지국 21대, 간이기지국 5대, 인력 88명을 보강한 것보다 188% 늘었다. 집회 인원 증가로 통신 일부가 끊기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거액을 들여 2019년 스포츠 경기장이나 쇼핑가 등 인구 밀집 지역에 5G 초고주파(㎜Wave)망을 대거 구축한 미국을 거론하며 국내 통신사들이 설비 투자에 인색하다고 지적한다. 통신 본연의 기능을 키우는데 투자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2021년 1월 "올해 말까지 미국프로풋볼(NFL) 28개 경기장에 초고주파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NFL 경기가 열린 2022년 로스앤젤레스 소파이(SoFi) 스타디움을 찾은 관람객들은 한층 속도가 업그레이드된 5G를 맛봤다. 이 때 버라이즌이 5G망 투자에 쓴 비용은 8000만달러(약 1160억원)에 달한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사는 아직도 인파가 몰리는 스포츠 경기장에 이동기지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 기지국 설치는 결국 비용과 직결하는 문제다"며 "투자에 인색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란에서도 "그래도 안 터지더만", "전쟁 나서 인구가 몰리면 5G는 무용지물일 거 같다. (통신사들) 안테나도 얼마 안 깔았으면서"라는 냉소 섞인 여론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근래 탄핵 집회들은 전례 없는 '특수 케이스'라며 이것만을 위해 정식 기지국을 설치하기는 무리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회에 몰리는 인파는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해당 인원들이 앞으로 매년 몰리는 게 아니지 않나. 특수한 정국 상황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 따로 기지국을 설치할 수는 없다"며 "버라이즌의 경우 '보여주기' 식으로 5G망을 깔았던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십만명, 수만명에 달하는 트래픽 니즈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기지국을 증설하려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데 주파수 혼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네트워크를 다 바꿔야 한다"며 "기지국을 설치하는 건물 소유주와의 협의 문제도 걸려 있고 행정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은 비용 관점에서 말씀을 하시는데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다다익선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며 "안테나가 너무 많으면 혼간섭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2024년 통신3사 설비투자(CAPEX)액은 총 7조4378억원이다. KT 3조1230억원(주요 그룹사 포함), SK텔레콤 2조3940억원, LG유플러스 1조9208억원으로 2023년 대비 각각 5.9%, 12.7%, 23.6% 줄었다. 5세대(5G) 이동통신이 태동한 2019년 9조5967억원에 달하던 통신3사 CAPEX는 5년 만에 2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기지국 설치 건의 경우 '정부로부터 기존에 할당받은 양보다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며 "하지만 CAPEX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등 통신망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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