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이틀만에 1430원대로 내려오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환율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다고 판단하며 한숨 돌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 상호 관세와 조기 대선 정국에서 불확실성이 확대할 수 있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본 건전성 유지 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내외 정세변동과 금융시장 동향을 살피기 위해 긴급회의와 위기관리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하고 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 대응책을 세우는 데 여념이 없다. 시중은행들 역시 환율 등 시장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주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2.9원 내린 1434.1원에 마감했다. 오전 11시 탄핵 심판을 앞두고 1430원 후반대까지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했다. 하루 만에 30원 이상 급락한 것은 2년 5개월만이다.
금융권이 우려했던 것은 환율 영향을 받아 자본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상승(원화약세)은 주주 배당 여력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떨어트린다.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0.7~0.8bp(1bp=0.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원화 환율 상승으로 금융권 CET1 비율이 일제히 떨어진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지주 8개사와 비지주은행 9개사의 평균 CET1 비율은 13.07%로, 전분기(13.34%) 대비 0.26%p 낮아졌다.
금융권에선 CET1 비율이 13% 이상이 돼야 주주환원 여력이 있다고 여긴다. 13%를 하회한다면 주주환원이 축소되고 결국 밸류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주요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은 ▲KB금융 13.53% ▲하나금융 13.22% ▲신한금융 13.06% ▲우리금융 12.13% ▲농협금융 12.44% 등이다.
업계에선 헌재 탄핵 선고 이후 정치적 불안이 일부 해소된 만큼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대내 불안요인이 해소되며 원화 투자수요가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약세 전환을 확신하기 이르다”며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약달러 추구를 지속할지, 환율 관련 미 정부 정책 스탠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도 추가적인 환율 상승에 대비해 외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관리하고 환율에 취약한 중소 수·출입 기업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자본 비율 악화 등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밸류업 정책은 일관되게 이어갈 것”이라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낮아졌으나 여전히 미국 상호관세 등 대외 요인에 의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인만큼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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