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으로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오면서(원화강세), 금융권이 외환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약화된 가운데, 대만발(發) 통화 강세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그리고 미국의 환율 압박 가능성까지 겹치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1.4원 내린 1396.60원에 거래됐다. 연휴를 마친 첫 거래일이었던 7일 환율은 장중 한때 1379.7원까지 하락했다가 1398.0원에 마감했다. 이날 변동폭은 22.8원에 달했으며, 장중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를 기록했다.
이번 급락은 연휴 기간 대만달러가 9% 급등하며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아시아 국가들에 통화절상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신들 역시 아시아 통화 강세를 이례적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상황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정반대 방향으로, 주요 아시아 통화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이 교역국의 환율 절상을 유도할 가능성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협상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진전이 있을 경우, 환율이 1300원대 초반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는 분석도 나온다.
최유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는 대만달러 움직임에 연동돼 있으며, 외환시장에서는 원화를 대만달러에 연계해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른바 '프록시 헤지 자산'으로서의 원화 수요가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기업들은 외환 리스크에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외화자산을 보유한 기관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외화표시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 수요를 확대하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 몇 주간 선물환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채권 시장에서 역시 최근의 원화 강세가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지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다만 환율 급등락이 반복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 흐름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환헤지 비중이 크지 않았던 생명보험 및 수출기업들 중심으로 수익 악화 우려가 대두되며 긴급하게 환헤지에 나선 상황”이라며 “한국은 대만과 경제구조가 유사하고 상대적으로 외환시장 규모가 커 원화가 간접 헤지 자산으로서 부각되며 달러 원 환율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환율 하락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휴 기간 급등한 아시아 통화들이 과도하게 절상된 측면이 있고,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데다 미중 협상도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달러-대만달러 환율 하락에 의한 원화 강세는 시장 유동성 축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급격한 절상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중반선에서 일정 수준 조정을 거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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