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유심 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을 상대로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는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향후 배상 여부는 피해 사실 입증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2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SK텔레콤 개인정보유출 집단소송카페'에는 8만7000명이 넘는 가입자가 모였다. 카페 측은 "우리의 개인정보 우리가 지킵시다. 집단소송 참여, 피해사례 공유, 2차 피해 예방까지 카페가 함께 한다"며 "우리를 대하는 대기업의 방식 이에 우리가 바꿔줄 차례다"고 밝혔다.
현재 법무법인 대륜·로고스 등 10여개 로펌이 SK텔레콤 사태 관련 집단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전체 참여자는 3만명이 넘는다. 해당 로펌의 청구 예정인 배상 금액은 3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의배상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 수순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SK텔레콤 고객 59명은 5월 9일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신청인 1명당 정보 유출 피해에 따른 배상액 30만원을 비롯해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택배 수령 방식을 포함한 즉각적인 유심 교체 등을 요구했다.
SK텔레콤도 고객이 정신적 피해를 본 것을 인정한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5월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SK텔레콤 해킹 관련 청문회에서 "이번 사고로 이용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에 동의하느냐"고 물었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동의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배상금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보상금은 SK텔레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5월 9일 일일브리핑에 "보상 문제는 SK텔레콤이 고객 유지를 위해 정신적 피해를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별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며 "SK텔레콤이 결정할 문제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가 직접 나서 집단소송과 집단분쟁조정을 통해 배상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그간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했던 집단소송 특성상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서비스 장애가 일어났다면 이에 따른 영업손실 같은 것들이 명확하게 드러나 입증이 가능하다"면서도 "이번 건의 경우 유출만으로 어떤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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