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달 간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출 실태 점검에 나섰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전 수요가 몰린터라 이달에도 대출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손 쉬운 방법으로 대출 수요를 조절하면서 이자이익만 불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5월중 가계대출 동향·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감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 등이 참석해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의 대출 실태를 살펴보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높은 은행에 대해선 관리방안 협의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지난달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6조원 증가, 전월(5조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전체 주담대는 5조6000억원이 늘어 전월(4조8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은행권은 3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 제2금융권은 1조1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모두 전월 대비 늘었다.
지난달 기타대출 증가폭은 4000억원으로 전월(5000억원) 대비 축소했다. 이는 신용대출 증가폭이 1조2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감소해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어 전월(4조7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폭이 전월 대비 1조9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정책성 대출 증가폭은 1조8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슈 등으로 2∼3월 중 크게 늘어난 주택 거래의 영향이 (5월 가계대출에) 집중된 데다가, 가정의달 관련해서 계절적 자금 수요도 맞물려 신용대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3단계 스트레스DSR 규제 강화의 영향에 대해서 “5∼6월 중 조금 선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제는 이달에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박 차장은 “6월의 경우 분기 말 매·상각이 있어 기술적으로 가계대출 숫자가 높게 나오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5월 주택거래량이 현재 추세로 미뤄 3월보다는 적고 4월보다는 조금 많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2∼3개월 시차를 고려할 때 7∼8월까지는 조금 (가계대출 증가세가)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한하기 위해 은행권에 감독을 예고한 만큼 은행들은 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실제로 SC제일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이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4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KB스타아파트담보대출’ 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했고 지난달 우리은행은 변동금리형과 주기형(5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존 대비 0.06%포인트 올렸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면서 예대금리차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 역시 떨어지면서 은행 예금 금리는 1%대로 내려앉으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여서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4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52%포인트로 전년 동기(0.79%포인트)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대금리차 축소가 은행의 수익성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초 예상보다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예대금리차가 하락하는 것 자체는 불가피하나 현재의 외부 환경이 유지된다면 예대금리차 하락폭은 예상보다 작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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