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의 웹툰·웹소설 IP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드라마가 올해만 50편을 넘어섰다.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웹툰 등 주요 플랫폼에서 팬덤을 구축한 인기 원작을 중심으로 제작되다 보니, 투자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 인기가 곧 영상화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원작 팬덤의 평가와 입소문이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배우 안효섭(왼쪽부터)과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김병우 감독이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안효섭(왼쪽부터)과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김병우 감독이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기반 콘텐츠는 비교적 높은 흥행 가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검증된 IP를 바탕으로 기획되기 때문에 초기 소비자층이 확보돼 있는 점도 장점이다.

영상화에 성공하면 원작 콘텐츠 수익이 수십 배로 뛰는 사례도 잇따른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입장에서도 영상화는 IP 생명력을 연장하고, 플랫폼 전체 트래픽과 매출을 끌어올리는 ‘윈윈 구조’를 만든다.

실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 ‘파인’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파인: 촌뜨기들’로 제작된 이후 웹툰 조회수가 한 달 전 대비 58배, 매출은 26배 증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증외상센터’의 경우도 드라마가 공개된 뒤 열흘 만에 동명의 웹툰 조회수는 68배, 원작 웹소설 조회수는 179배 급증했다.

문제는 이런 선순환 구조가 항상 반복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원작 팬층이 크고 충성도가 높을수록 영상화 실패 시 반발도 크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연출이나 설정 변경은 원작 팬덤의 혹평으로 이어진다. 이는 그대로 흥행 실패로 직결된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부정적 입소문은 빠르게 확산돼 일반 관람객 유입을 차단한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인랑’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230억원이 투입됐으나 누적 관객 수는 89만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600만명에는 한참 못 미쳤다.

카카오엔터 북미 자회사 타파스에서 연재된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 ‘최강의 왕, 두 번째 인생에는 무엇을 하는가’ 역시 “싸구려 파워포인트 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도 유사한 상황이다. 개봉 당일 관람객 12만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지만, 실관람객 평점은 혹평 일색이다. ‘CG가 조악해 2시간짜리 게임 광고 같다’는 반응부터, 왓챠피디아·CGV 등 각종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리뷰가 ‘보지 말라’는 내용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슈퍼팬’ 존재와 관련 있다고 분석한다. 원작 팬덤은 충성도 높은 소비자이자 동시에 입소문을 이끄는 핵심 세력이다. 특히 목소리가 큰 슈퍼팬의 평가가 다른 잠재 관람객에게 큰 영향을 준다.

한정훈 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슈퍼팬은 콘텐츠의 초기 소비자일 뿐 아니라 홍보 채널 역할도 한다”며 “하지만 이들이 기대를 저버렸다고 판단하면 강한 비판이 쏟아지고, 영상물 자체가 부정적 입소문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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