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들이 여전히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수수료, 심사 지연, 앱 삭제 등 개발사 피해는 지속되고 있으나 보복 우려로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중소 개발사가 많아 제도 보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구글·애플 인앱결제 피해기업 사례발표 및 대안마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관련 협회와 단체, 법조계·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중소 개발사 P사 대표는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구글이 제3자 결제 수수료를 인하해도 실제로는 26% 수준이다"라며 "PG 등록이 안 된 신생 업체는 최대 40%까지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고·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매출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남은 50%로 서버비·인건비·개발비를 충당해야 한다"며 "사실상 착취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수수료 문제 외에도 외부결제 시스템 도입 시 심사 지연, 앱 삭제, 노출 제한 등의 불이익 사례도 제기됐다. 개발자들은 이를 법 취지를 무력화하는 편법으로 보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도입했다. 국회와 정부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해 과도한 수수료를 국내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구글과 애플은 우회 방식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애플은 한국 앱스토어에서만 사용자에게 외부 결제(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26%의 높은 커미션을 부과하고 있다. 이 커미션은 외부 결제임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구글의 경우는 외부 결제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허용했으나 앱 내 링크 삽입을 금지하거나 외부 결제 도입 시 앱 업데이트를 차단하는 식으로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이영기 변호사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제정에도 실효성은 전혀 없다”며 “현재 앱 개발사의 75%가 여전히 30% 안팎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를 정상화하면 게임사들은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2008년부터 수수료가 30%로 고정됐는데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게임사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개발자들은 “신고 이후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법조계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있어야 억제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앱 마켓사업자 영업보복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개발자가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앱마켓 사업자가 보복 행위를 하면 최대 3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실태조사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해당 법안은 과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다”며 “이달 내 검찰개혁·언론개혁 등 주요 개혁입법을 마무리한 뒤, 이 법안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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