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KT·롯데카드 해킹 청문회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를 질타했다. 과기정통부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민간 기업 보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국가 차원의 전수조사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김영섭 KT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대규모 해킹사고(통신·금융)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김 대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 뉴스1
김영섭 KT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대규모 해킹사고(통신·금융)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김 대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 뉴스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KT·롯데카드 해킹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증인에는 김영섭 KT 대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 상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최용혁 롯데카드 정보보호실장,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6명이 출석했다. 정부에서는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과 이상중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이 자리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KT 인증키 유출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해킹이 발생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복제폰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류 차관은 이에 “면밀히 보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아직도 파악을 안 했다는 것이냐. 인증키 유출 여부조차 확인을 못했느냐”고 압박했다. 류 차관은 “KT가 인증키 유출은 없었다고 신고했다”며 “KT 말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보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피해 금액이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국민은 믿지 못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해소할 책임은 과기정통부에 있다. 정신 바짝 차리라”고 강조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사 해킹은 오래된 문제인데 왜 국회가 지적해야 움직이느냐”며 “국무조정실이 ‘해킹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야 과기정통부가 부랴부랴 움직였다”고 비판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4월 SK텔레콤 해킹 당시 KT와 LG유플러스에도 보안 점검을 주문했는데도 이런 일이 터졌다. AI 3대 강국을 말할 상황이 아니다”며 “과기정통부 장관이 해외 출장을 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국내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9일 통신3사와 장관이 간담회를 가진다고 하는데 조사 대상인 통신사 대표를 장관이 만나는 것은 수사 대상 피의자와 검찰총장이 간담회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류 차관은 “간담회의 적정성을 다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사고를 은폐했는데 과기정통부는 무엇을 했느냐.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무능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SK텔레콤에 이어 KT, 롯데카드까지 뚫렸다. 다음에는 어디가 될지 모른다”며 “국가가 대비하지 않으니 해킹 대란이 된 것 아니냐. 공공기관도 털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해킹은 국가적 문제로 봐야 한다”며 정부 부처 서버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 보안 매체 ‘프랙’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외교부, 통일부, 국군방첩사령부 등이 털렸다고 한다. 정부 핵심 행정 플랫폼인 ‘온나라시스템’도 공격당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신사에는 전수조사를 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는 아직 시작도 못한 것으로 안다”며 “국회가 나서 정부 부처 서버 전수조사를 독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국방에는 ‘3축 체계’가 있듯이 사이버 분야도 탐지·방어·무력화하는 ‘사이버 3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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