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근 해킹 사고를 일으킨 KT와 롯데카드의 부실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KT에 대해서는 해킹 사실을 늑장 공개하고 은폐·축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김영섭 KT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KT·롯데카드 해킹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영섭 KT 대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 상무,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최용혁 롯데카드 정보보호실장,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6명이 출석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KT를 질타했다. 해킹이 발생한 것도 문제지만 초동 대응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터졌는데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전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본다”며 “김영섭 대표를 비롯해 이번 사태에 관련된 임원진은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T는 9월 15일 서버 해킹을 인지하고도 9월 19일 과방위 현장점검에서 왜 이를 의원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기간통신망이 해킹당했다. 단순히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돈까지 털렸다”며 “김영섭 대표는 최소한 대표직 연임에 연연하지 말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영섭 대표는 “우선은 이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소액결제와 관련해 여러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켜 고객은 물론 국민께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해킹 사태를 대하는 KT를 보면 조직문화가 한심하다. 대표님도 ‘우리 조직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해킹 사태 이후 KT에서 말을 뒤집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한국통신 공무원식 마인드가 민영화된 KT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질타했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해킹 사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심각한 위기다. KT는 해킹 사실을 조기에 알고도 사건을 축소하고 지연 공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이 아니라 고의적 은폐이며, 국민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다”라고 말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이 KT에 특정 지역에서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통보한 것이 9월 1일이다. 그럼에도 KT가 고객 보호 조치를 취한 것은 9월 6일로, 무려 5일이나 걸렸다”며 “KT가 해킹 여부를 뒤늦게 찾아낼 수밖에 없는 것은 내부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안 문제는 어떻게 보면 테러보다도 더한 국가 안보 사안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현재 대응 주체들은 지나치게 허술하고 부실해 보인다”며 “특히 KT는 늑장·은폐·축소 시도가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롯데카드에도 지적은 이어졌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롯데카드가 해킹 보완책으로 내놓은 무이자 10개월 할부 같은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상황은 KT뿐만 아니라 롯데카드까지 포함해 국가적 사이버 안보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이라며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했다.
조좌진 대표는 “고객의 소중한 신용정보를 다루는 회사로서 정보가 유출된 것 자체가 중대한 실패이자 잘못”이라며 “소비자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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