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예년보다 빠르게 CEO 인선 논의에 착수하면서 연임이냐 교체냐를 두고 온갖 설(說)이 분분하다. 차기 구도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 속에 임기 만료를 맞은 회장님들은 알게 모르게 연임 준비에 들어간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CEO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등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또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이 은행장 겸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iM금융은 오는 12월까지 iM뱅크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도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신한금융은 이미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레이스를 시작했고 iM금융 역시 차기 은행장 찾기에 나섰다. 우리금융과 BNK금융 역시 이달 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시하고 승계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통상 임기 만료 3~4개월 전부터 시작했지만 이번엔 다소 빨라진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6일 회추위를 개최, 가장 먼저 후임 인선에 나섰다. 이번에는 회추위 사무국을 새롭게 만들어 위원회의 후보 심의 및 운영 지원,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을 전담토록 했다. 이는 승계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뜻인데, 회추위 발동을 앞당긴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진옥동 회장의 연임을 두고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1년 전보다 11% 증가한 3조374억원을 기록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양적 확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근에는 생산적 금융 전환에 집중하면서 포용 금융에도 나서고 있다.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외풍(外風)’ 차단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신사업인 스테이블코인 등에도 직접 나서며 미래 중장기 전략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한은행이 ‘김건희 집사 게이트’ 등에 연루돼 정근수 신한투자증권 CIB총괄사장(전 신한은행 부행장)이 특검 조사를 받은 점은 부담이다. 지난달 22일 관련 재판이 시작되면서 신한은행 이름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피했지만, 정무위가 종합감사 전까지 추가 증인을 채택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가능성은 열려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 수습과 함께 증권사, 보험사 인수 등으로 본격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생산적 금융 전환의 내용을 담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간담회를 직접 주관하면서 업계에서는 연임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 회장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손 전 회장 사건으로 드러난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혁신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실적 부분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은 작년보다 11.6% 감소한 1조551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판매관리비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다만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 차례로 성공하며 우리금융을 종합금융사로 완성시킨 점, 이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 점은 공적이다. 당기순익은 감소했지만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2.8%까지 끌어올리면서 배당 여력을 확보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지역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지역 경기 침체로 지방 금융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인정 받고 있다. 계열사인 방성빈 부산은행장 역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회장 연임이 부산은행장 연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M금융은 황병우 회장이 연말 iM뱅크 행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개시됐다. 그룹 임추위는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롱리스트·숏리스트를 거쳐 12월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교체론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 행장 임기 만료 한 두 달 전 행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며 후보 결정 이후 금융위원회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친다.
과거 기업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단 두 차례뿐인데다, 올해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에 휩싸여 있어 김성태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현재 임기가 만료된 부행장들의 자리가 비어 있는 만큼 김 행장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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