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K-푸드 간편식의 글로벌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 둘째 날인 14일 열린 '제주X간편푸드테크' 세션에서는 제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고 스토리가 담긴 간편식을 개발하고, 이를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전략이 공유됐다.
천지연 제주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션에는 김봉근 잇더컴퍼니 대표, 김남영 위드라이크 대표, 박혜진 제주바솔트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는 김상엽 제주도 식품산업과 과장, 김경민 제주산업융합원 팀장이 패널로 참석해 지역 푸드테크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김봉근 잇더컴퍼니 대표는 "간편 푸드테크의 미래는 로컬에 있다"며 "기술은 표준이 상향화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경쟁력의 기반은 로컬과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사가 개발한 '끼니키트'를 소개하며 "동결건조 기술을 통해 상온 유통이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었고, 전자레인지 한 번으로 갓 지은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위드라이크 대표는 "음식은 맛보다 이야기가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며 콘텐츠가 브랜드가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유튜버 히밥, 셰프 정지선과 협업해 2025년 12월부터 H마트 미국 150개 매장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유튜버, 브랜드, 유통사가 협업해 공동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라며 "IP 포트폴리오 구축과 현지화가 글로벌 확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혜진 제주바솔트 대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작년 기준 1300만 명으로, 식음료와 쇼핑에 약 70%의 소비액을 사용한다"며 제주산 톳, 보리, 메밀 등을 활용한 건강 디저트와 커피 브랜드를 소개했다. 그는 "귤은 원물이나 주스로만, 톳은 톳밥이나 몸국으로만 소비되던 것을 향 결정화 기술 등을 활용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개발했다"며 "대만, 싱가포르, 홍콩 관광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전했다.
토론에 참여한 김상엽 제주도 식품산업과 과장은 제주도의 푸드테크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제주도는 올해 1월 제주 그린푸드테크 생태계 조성 전략을 발표하고 3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으며, 8월 5개년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며 "내년부터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구축, 감귤 농축액 자율 제조 공정 사업, 맞춤형 건강식품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제주의 경쟁력으로 "9000여 종의 생물종 다양성, 6~7대 월동 채소 주산지, 연 1300만 명의 관광객"을 꼽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데이터 기반 기업과 연계해 상대국의 검역, 종교 문제를 감안한 맞춤형 수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조업 비중이 11%에 불과하고 식품 제조업은 3.4%에 그치는 구조적 단점을 정부 지원으로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민 제주산업융합원 팀장은 제주의 콘텐츠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한국 국민이 제주에서 겪었던 경험과 먹었던 음식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이것이 콘텐츠가 되고 프리미엄 가치로 이어진다"며 "관광이 갖는 경험의 힘이 간편식 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초개인화, 가치 소비 트렌드,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건강 지향 소비 증가 등 세 가지 사회 구조 변화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냉동김밥에 제주 원물과 스토리를 담아 제주만의 김밥을 발굴해 글로벌로 확장시키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번 세션을 통해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로컬 식재료와 푸드테크를 결합한 간편식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제주가 보유한 청정 자원과 월동 채소 주산지로서의 강점, 관광객이 가져다주는 경험 가치, 그리고 제도적 기반 구축과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푸드테크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월드푸드테크 표준’을 주제로 13일부터 15일까지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50여개 세션을 운영한다. 이번 콘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서울대학교 월드푸드테크창발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국제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내외 기관과 지자체, 주요 푸드테크 기업이 후원한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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