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해킹 사태로 정부로부터 질타를 받은 이동통신 3사가 보안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직접 쇄신을 주문하면서 통신사들은 쌓아둔 6조원대 현금을 어디에, 얼마나 풀어야 할지 셈법이 복잡해졌다.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등과 긴급 면담을 가졌다.

배 부총리는 이날 잇따른 해킹 사고로 떨어진 국민 신뢰 회복을 주문하고 정보보호 쇄신을 위한 통신사의 노력을 요청했다. 또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 제공, AI 인프라 투자, AI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등에서도 통신사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통신사들은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신사 입장으로서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현재도 보안과 인공지능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 독려한 만큼 내년에는 이를 더욱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기준 통신 3사의 정보보호 부문 투자액은 KT가 1250억원으로 가장 많고, LG유플러스가 828억원, SK텔레콤이 652억원이다. 또한 정부의 주문 이전에도 각 통신사는 이미 AI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2024년 R&D 투자액은 SK텔레콤 3928억원, KT 2117억원, LG유플러스 1426억원이다.

업계는 투자 재원은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해 말 기준 통신 3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제외) 합계는 6조6365억원이다. KT가 3조7166억원으로 가장 많고, SK텔레콤이 2조237억원, LG유플러스가 8962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투자를 요구하면서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현 상황이라면 보안과 AI 분야 모두에서 현 수준보다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4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까지 모두 해킹 사고를 겪으면서 정부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의지를 분명히 내놓은 만큼 내년에는 정보보호 부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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