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반도체·AI·에너지 등 주력 사업 중심으로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차질없이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SK그룹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며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신중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관세 협상을 잘 이끌어 줘 감사하다”며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기업도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과실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로 반도체 투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는데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며 “용인반도체클러스터만 보더라도 600조원 정도 규모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용인 클러스터에 들어설 팹(Fab)은 총 4기이며, 1기당 규모가 청주 M15X 팹 6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장 수요에 따라 팹 건설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용도 공격적으로 늘린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매년 8000명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는데, 반도체 공장 하나 오픈할 때마다 2000명 이상씩 추가 고용이 발생한다”며 “팹 건설 속도가 빨라지면 거의 매년 1만4000명에서 2만명 사이의 고용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측은 2029년까지 고용 규모가 현재보다 최대 2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소부장 기업과 양산 타당성을 검증하는 어드밴스드 테스트베드인 ‘트리니티 팹’을 정부와 8600억원 규모로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트리니티 팹은 용인 클러스터 내 ‘첨단 반도체 개발용 미니 팹’으로, 비영리 재단 형태로 운영된다. 중소 협력사뿐 아니라 연구기관·학계·스타트업 등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최 회장은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 구축도 앞당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가 속도전”이라며 “저희도 더 빠른 속도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현재 SK텔레콤·SK브로드밴드는 AWS와 협력해 울산에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2027년 상업 가동이 목표다. 업계는 이 시설에만 수조원 규모 투자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은 오픈AI와도 서남권 지역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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