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의 망 이용대가 공정화,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추진에 제동을 걸자 우리 정부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역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가운데 "할 일은 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1월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1월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해외콘텐츠공급자(CP)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 네트워크 망 이용 대가를 내도록 하는 다수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다"며 "한국 ISP는 콘텐츠 공급도 하고 이어 미국 CP의 비용 납부는 한국 경쟁자를 이롭게 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USTR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법과 관련해서도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 미국 기업과 함께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다수의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 기업은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 같은 논리는 그간 구글 등 일부 글로벌 CP가 국내 인터넷망에서 막대한 트래픽 비중을 차지함에도 국내 통신사에 정당한 대가 지불을 피하고 있다고 본 국내 업계와의 시각 차를 보여준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망 이용대가 법안은 두 개다. 이해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조국혁신당)과 김우영 과방위 소속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8월 글로벌 CP와 국내 ISP 간 망 이용계약 시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거나 정당한 대가의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을 발의했고 지난해 10월 이정헌 과방위 소속 의원(민주당)이 지난해 10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발의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미국이 한국의 자체 입법 활동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에 당사자인 국회는 난감한 모습이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온라인플랫폼법보다 망 이용대가가 중요하다. 트럼프가 한국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고 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우리 정부는 현재 탄핵정국으로 무주공산이라 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얽혀 있는 통상 문제의 경우 부처 간 협업을 통해 현안을 다룬다"며 "이번 건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와 외교부 등 부처 간 협의로 사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아는데 두 부처에 확인하니 아무런 액션이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미 USTR 보고서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논의가 오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통상 문제는 외교가 얽혀 있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이번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중론 속에도 현 상황 돌파 의지를 내비치는 의견도 있다. 이해민 의원은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USTR는 마치 국내 논의 중인 법안들이 해외 CP들에게만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주장이다"며 "'망 이용계약 공정화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으로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과방위 소속 의원(국민의힘)은 망 이용대가 지급 회피 규제, 인앱결제 강제금지 조항 보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전기통신사업법 패키지 3개를 준비 중이다.

통신업계 역시 이번 USTR의 보고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STR 보고서에는 한국 외 국가도 언급됐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을까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이전부터 미국 정부는 우리와 달리 국익을 위해 어떤 동향을 미리 파악해 무역 협상 카드로 만든다. 현재 전반적인 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