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 진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제도권 편입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 행정 정비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선거 기간 동안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토큰증권(STO) 법제화,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추진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가장 주목받는 정책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와 1:1로 연동해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으로, 한국에서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사용돼 왔다.
정치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부 유출을 막고, 국내 가상자산 업계 성장을 위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약 56조8100억원의 자금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유출됐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테더(USDT), USDC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당선인은 이러한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만들어놔야 소외되지 않고 국부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내 디지털자산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통화당국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발행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한국은행이 먼저 발행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비은행권이 무분별하게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축인 STO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상용화 준비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등은 부동산·미술품·콘텐츠 IP 등을 기초로 한 토큰증권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새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따라 조기 통과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물 ETF에 대한 제도 정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과 홍콩에서 잇따라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국내에서도 기관투자자 중심의 신탁 허용, 자본시장법 정비 논의가 병행되고 있다. 이 당선인은 앞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유도하려면 기관 참여가 필수”라며 관련 인프라 정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존 금융권의 시장 진입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은행이 실명계좌를 제공하면서도 디지털자산 사업은 할 수 없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수탁, 지갑, 신탁 등 관련 업무의 참여 허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 작업 역시 진행되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사업자 등록·감독 체계 정비, 공시 및 상장 기준 명문화, 자율규제기구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이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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