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엔씨소프트에 약 40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한때 엔씨소프트 지분을 축소했던 국민연금이 다시 지분율을 확대한 배경에는 하반기 실적 개선과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 사옥.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옥. / 엔씨소프트

높아진 지분율…하반기 턴어라운드에 거는 기대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6월 30일 엔씨소프트 주식 약 39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국민연금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기존 7.31%에서 8.34%로 늘었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상반기 엔씨소프트 주식 약 46만주(약 1600억원 규모)를 매도해 지분율을 낮췄다. 당시는 게임산업 전반이 침체기를 겪었고, 엔씨소프트 역시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의 영향력 약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 업계는 이번 매입을 두고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닌 엔씨소프트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을 높게 산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는다.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우선시 하는 투자 성향을 지닌 기관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4월 초 13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21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56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254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호 확보한 리니지M, 출시 앞둔 아이온2…해외 매출 다변화 시동

실적 회복 기대감의 근거로는 주력 IP 건재와 해외 시장 공략이 꼽힌다. 대표 모바일 MMORPG ‘리니지M’은 6월 24일 중국 외자 판호를 획득했다. 현지 서비스명은 ‘천당: 혈통’으로 텐센트 계열사인 상하이 샤오밍타이지 네트워크 테크놀로지가 퍼블리싱을 맡는다.

중국은 모바일 게임 비중이 70%를 넘는 세계 최대 시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라이브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흥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아이온2’도 실적 반등의 핵심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언리얼 엔진5 기반의 이 게임은 한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되며, 2026년 중반까지 북미와 유럽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원작 IP의 정체성을 계승하면서도 글로벌 이용자 취향을 반영해 BM을 완화하고, 수동 조작의 재미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 6월 말 실시된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에서도 타격감과 연계 플레이 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인됐다.

두 게임의 흥행은 엔씨의 해외 매출 포트폴리오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분기 기준 엔씨의 한국 매출 비중은 전체 63.4%에 달한다. 그간 중화권(대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내수 의존도를 줄이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비MMORPG 신작 5종 출격…파이프라인 재편 속도

엔씨소프트는 내년 초까지 비MMORPG 신작 5종을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이 중 자체 개발작은 3종, 퍼블리싱 예정작은 2종이다. 장르는 서브컬처와 콘솔 슈팅, 전략 시뮬레이션 등 다양하다.

대표 퍼블리싱 타이틀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는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가 제작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여기에 약 37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했다. 일본 도쿄게임쇼에서 그래픽과 액션성으로 주목받으며 ‘서브컬처판 몬스터헌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퍼블리싱 작품 ‘타임테이커즈’는 미스틸게임즈가 개발 중인 콘솔·PC용 슈팅 게임이다. 적의 수명을 빼앗는 독창적인 전투 콘셉트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자체 개발 중인 게임도 여럿이다. ‘LLL’은 오픈월드 기반의 3인칭 MMO 슈팅 게임으로 묵직한 타격감, 고퀄리티 비주얼, 탐험 중심의 오픈월드 구성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RTS 장르의 ‘TACTAN’(택탄)은 언리얼 엔진 기반의 사실적인 그래픽과 대규모 길드 전투를 앞세워 기존 엔씨 IP와는 결이 다른 전략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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