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13만원대까지 주저앉았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최근 20만원선을 회복하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하반기부터 게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조직 체질 개선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석 달만에 주가 50% 상승… 비용 절감 및 경쟁력 회복이 이유
21일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이날 주가는 2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월 52주 최저가인 13만7000원을 기록한 뒤 꾸준한 우상향을 보인 결과다. 엔씨의 주가는 불과 석 달 만에 5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본업 경쟁력 회복이 동반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에 SK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엔씨의 목표주가를 25만~28만원 수준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비용 효율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3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변경했다.또 목표 주가는 28만원으로 높였다. 그는 “엔씨가 기다려 온 변곡점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엔씨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지난해 대규모 외과 수술을 통해 레거시 IP만으로도 영업이익이 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어놨다”며 비용 구조 최적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 전략을 강조해 왔다.
실제 2024년 4월 투톱 체제를 가동한 엔씨는 조직 슬림화에 집중해 왔다. 회사의 곳간지기를 맡은 박병무 대표는 작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임직원 수를 15% 줄였고 이를 통해 본사 인원을 약 5000명에서 3100명 수준으로 감축했다. 여기에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프로젝트 6개를 과감히 중단, 고정비도 대폭 절감했다.
이러한 노력은 재무제표에서도 드러난다. 엔씨의 올 1분기 총 영업비용은 3551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4% 감소했다. 인건비는 전분기에 지급된 퇴직위로금 효과가 축소되며 40% 줄어든 1872억원을 기록했다.
탈 리니지 작업 계속… 하반기 아이온2에 쏠리는 눈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게임 사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TL(쓰론 앤 리버티)은 기존 리니지식 과금 모델을 탈피하려는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아이온2' 역시 확률형 아이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여기에 서구권 시장을 겨냥해 오픈월드 요소를 강화하고 전투 액션을 한층 강화했다.
아이온2는 엔씨의 하반기 반등과 글로벌 공략의 핵심키로 꼽힌다. FGT(그룹 포커스 테스트)를 최근 끝낸 아이온2는 11월 한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하고, 내년 중반까지 글로벌 서비스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자체 가이던스로 제시한 내년 매출 2조~2조5000억원 가운데, 아이온2가 해외 시장에서만 연간 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성장 계획에는 아이온2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브컬처, 슈팅, 캐주얼 등 비MMORPG 장르로 포트폴리오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자체 개발뿐 아니라 외부 IP 퍼블리싱 라인업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씨는 내년초까지 아이온2를 포함해 신작 총 5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자체 개발작으론 스튜디오 체제에서 개발 중인 ‘빅파이어게임즈’, ‘루디우스게임즈’의 신작 LLL과 택탄이 있다. 퍼블리싱 라인업에서는 서브컬처 장르의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와 콘솔·PC용 슈팅 게임 ‘타임테이커즈’도 출격할 예정이다.
글로벌 M&A 전략 유효… 2분기 컨콜서 깜짝 발표 나올까
엔씨는 하반기에도 비용 효율화 기조를 유지하되, 게임 본업 회복과 글로벌 진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간다. 9월에는 호연의 글로벌 버전인 ‘블소 히어로즈’가 출시될 예정이며 외자 판호를 따낸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1조원이 넘는 순현금자산 등 넉넉한 실탄도 엔씨의 강점이다. 사실상 무차입 상태로 언제든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
엔씨는 작년에만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 폴란드 ‘버추얼 알케미’, 국내 ‘미스틸게임즈’, ‘빅게임스튜디오’ 등에 투자했다. 올해 5월에는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미국 트리플A 슈팅 게임 개발사 ‘엠티베슬’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예정된 2분기 컨콜에서 새로운 M&A 성과가 공유될 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앞서 엔씨는 M&A 전략으로 회사와 시너지가 나는 곳, 안정적이고 지속 성장력을 갖춘 곳, 재무적 성과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곳으로 명확한 기준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리니지 기업’으로 불렸던 엔씨가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라며 “하반기 실제 결과물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시장은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반등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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