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신작 출시 일정을 늦추고 M&A(인수합병)에서도 속도를 조절한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 엔씨소프트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12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아이온2’를 제외한 연내 출시 예정작(타임테이커즈,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 LLL 등)의 출시를 모두 연기한다고 밝혔다. 연내 출시되는 신작은 ‘아이온2’ 한 종뿐이다. 아이온2는 11월 한국과 대만에서 먼저 출시하고 내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연기된 신작은 내년부터 순차 출시된다. ‘브레이커스’는 내년 1분기, ‘타임테이커즈’는 2분기, ‘LLL’은 중·하반기로 밀린다. 스핀오프작 4종을 포함해 내년 분기마다 총 7종의 신작을 내놓아 매출 2조~2조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출시 지연은 완성도와 게임성 향상, 퍼블리싱 일정 조율 때문이다”라며 “개발 문제는 없다. GTA6 출시 일정에 따라 일부 조정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M&A 전략도 가치 중심이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외 장르 확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슈팅·서브컬처에 더해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신성장축으로 삼는다. 최근 해외 M&A 두 건이 최종 단계까지 갔으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차이로 무산됐다. 박 대표는 “M&A를 위한 M&A는 하지 않는다. 대규모 투자뿐 아니라 소규모 ‘애드온 M&A’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거시 IP가 버팀목… 실적·글로벌 확장 모두 견조

엔씨소프트가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기초 체력이 탄탄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2분기 별도 신작 없이도 기존 ‘레거시 IP’ 덕분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영업이익은 71% 증가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IP 매출의 견조함이 확인됐다”며 “4분기 대형 업데이트가 예정된 리니지2M·리니지W 매출이 예상치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리니지2M은 동남아로 확장해 성과를 냈다. PC 게임 ‘블소 네오’와 ‘아이온 클래식’도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내년에는 중국 외자판호를 확보한 리니지M·리니지2M의 현지 진출이 예정돼 있다.

아이온2는 과금 체계(BM·Business Model)를 완화하고 PvP(이용자 간 대결)보다 PvE(이용자 협력) 중심으로 설계했다. 장기 제품 수명 주기(PLC·Product Life Cycle) 관리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작 향수에 기대지 않고 신규 유저 발굴에 나섰다. BM 리스크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구조조정·재무 개선… M&A 여력 충분

엔씨소프트는 인력 감축으로 본사 인원을 약 3100명으로 줄였다. 내년에도 200~300명을 추가 감축해 비용 효율화를 이어간다.

판교 신사옥 ‘글로벌 RDI 센터’ 건립 비용 5800억원은 기존 엔씨타워를 4435억원에 매각해 충당했다. 부채비율은 35%에서 29%로 낮아졌다. 총차입금도 6400억원에서 3800억원으로 줄었다. 회사채와 은행 차입금을 전액 현금 상환한 결과다.

박 대표는 “모바일 캐주얼 장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이유는 특정 장르 편중을 피하고 데이터·AI 적용에 적합하기 때문이다”라며 “M&A는 특정 장르보다 생태계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를 우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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