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기조로 내세운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금융권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금융 대전환을 선언한 이후, 주요 금융지주들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실행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15일 취임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담보대출에 치중한 관행을 넘어 첨단산업 등 미래 성장 분야로 자금을 돌려야 한다”며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한 이후 금융지주사들은 앞다퉈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의 추진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 안정성, AI 기반 경영시스템 대전환, 자산 건전성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의 추진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 안정성, AI 기반 경영시스템 대전환, 자산 건전성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우리금융그룹

 

구체적 지원안 내놓은 우리금융

10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금융권 최초로 구체적 실행안을 내놨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총 80조원을 생산적·포용적 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성장펀드 출자 10조원, 자체 투자 7조원, 첨단전략산업 융자 56조원 등 7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서민금융대출 등에 7조원을 배정해 포용금융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부동산 금융 치중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면서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금융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전담 조직으로 대응 본격화

NH농협금융은 지난달 29일, 개최된「농협금융 중장기 전략 수립」컨설팅 최종 보고회에서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생산적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농협금융그룹

KB금융은 지난달 30일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계열사별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기업·투자금융 체계 개선, 현안 해결에 나선다. 협의회 의장은 김성현 KB증권 대표가 맡고 각 계열사 경영진이 참여한다. 

KB국민은행은 첨단전략산업 심사 유닛과 성장금융추진 유닛을 신설하고, KB증권은 산업·기업 리서치 조직을 강화하기로 했다. KB자산운용은 첨단산업 특화 운용조직을 출범시키고 KB인베스트먼트도 모험자본 활성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창립 17주년 기념식에서 “소상공인·청년·취약계층의 동반자로서 포용 금융을 추진하고, 생산적 금융 확대로 KB가 새로운 성장의 불씨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정부 정책에 맞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2일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전담 애자일(Agile) 조직을 신설했다. 새 조직은 산업별 조사·연구, 정부 투자 유망업체 및 밸류체인상 우량기업 발굴, 산업분석·심사지원 강화,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 개발 등을 주도한다. 

이를 위해 첨단 소재·부품,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채용 중이며, 산업리서치·심사지원 두 분야에서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 산업리서치 부문은 국내외 산업 이슈 분석과 신용리스크·등급 평가를 담당하며, 심사지원 부문은 산업 동향 분석을 통해 여신·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내부 심사역 교육도 맡는다.

회장님이 직접 챙겨… 은행 중심 계열사 총동원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일 ‘생산적금융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찬우 회장이 직접 주관하는 TF는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 계열사 간 조정, 사업 아이디어 발굴 등을 담당하며 내년에는 위원회로 격상할 예정이다. NH금융연구소가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가 실행안을 마련하는 협업체계도 운영된다. 

농협금융의 제1호 사업으로는 NH투자증권이 금융당국에 신청한 IMA 사업이 꼽힌다. 이를 통해 첨단산업·혁신기업으로 자본 유입을 본격화하고, 소공인 전용 화재보험 개발, 잠자는 자산 유동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한다. 

iM금융지주 역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산업 분석과 심사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iM뱅크는 대구·경북권 ‘신성장 4.0 전략분야 대출’을 비롯해 지자체·신용보증기금과 연계한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 전문 심사조직 신설을 준비하며, 중소기업 중심 기업대출과 정책금융상품 고객 접근성 강화에도 나선다. 

하나금융그룹은 생산적 금융 자금 공급, 벤처투자 확대, 국민성장펀드 참여를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하나은행은 대전지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대전 D-도약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했고  엔젤로보틱스, 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협약을 체결하며 포용금융에도 나서고 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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