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3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며 예금금리는 내렸지만 가계대출 규제에 따라 대출 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외면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금융지주 배만 불린 셈이다. 정책자금 출연 등 일부 재원 마련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연간 기준 또 한 번의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은 무리 없을거란 전망이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7~9월) 순이익 전망치는 4조878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들긴 했지만 분기 초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실적 선두는 KB금융이 될 전망이다. 3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1조56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139억원 보다는 3.2% 줄었다. 신한금융은 1조3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971억원 보다 4.1% 증가했다. 이는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이다.
하나금융은 1조616억원으로 작년 1조1566억원보다 8.2% 감소하고 우리금융은 9050억원으로 전년 동기 9044억원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실적은 다소 주춤했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역대급’ 성과가 예상된다. 상반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이미 10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다소 둔화된 3분기 실적을 충분히 상쇄할 거란 진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연간 순이익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17조8665억원으로 지난해(16조3532억원)보다 약 9.3% 늘어난 규모다.
지주사별로 보면 올해 KB금융 순이익 전망치가 5조70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조782억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5조 시대를 열었는데 1년 사이 12.4% 급증한 사상 최고치다. 신한지주 역시 5조467억원으로 4조4502억원에서 13.4% 늘면서 연간 순이익 ‘5조 클럽’ 진입이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4조452억원으로 지난해 3조7388억원에서 8.2% 증가, 우리금융은 3조677억원으로 3조860억원보다 0.6%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 여력을 볼 수 있는 자본비율도 양호할 전망이다. 4대 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환율 상승전환과 외화표시대출자산 증가 등 위험가중자산(RWA) 상승으로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연초 목표치를 모두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KB금융 13.6%,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3.5%, 우리금융 12.7%로 예상됐다.
박해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수익을 방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계대출 규제의 역설로,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오히려 은행들이 가격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콩 ELS 과징금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기본 과징금 법정하한이 거래액의 50%에서 1%로 대폭 낮아졌고 여기에 감경사유까지 도입돼 최대 수천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판매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 기준 과징금은 5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되며 관련 충당금은 4분기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대봤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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