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폐지안이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다만 통신업계는 여전히 단통법 폐지에 의문부호를 떼지 않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최민희(왼쪽)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스1
최민희(왼쪽)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11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스1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11월 21일 단통법 폐지안을 의결했다. 과방위가 조만간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안을 의결하면 안건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어간다. 이후 본회의 표결을 거쳐 정족수를 넘으면 단통법은 2014년 10월 시행된 지 10년 만에 폐지가 완료된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단통법 폐지안은 기존 단통법에 포함됐던 공시지원금 제도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앴다. 또 요금의 25%를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에 이관해 유지키로 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과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의 절충 성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통신사가 가입유형(번호이동·신규가입·기기변경), 요금제, 거주지역, 나이, 신체적 조건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차별적인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원금 차별 금지 조항' 내용 중 이용자의 거주지역, 나이, 신체적 조건에 따른 차별 부분은 금지하기로 했다.

야당이 주도했던 단말기 가격 인하 유도를 위한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의 자료 제출 및 보관 의무도 2017년 이후 7년 만에 부활했다. 합의된 안에 따르면 앞으로 통신사가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등에 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게 되는데 이때 단말기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제조사 자료 제출 관련해서 삼성전자, 애플이 영업비밀을 내세워 법안 통과에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11월 21일 제조사의 자료제출 부활 관련해 여야 논의가 오갔다"며 "11월 27일 열리는 과방위 회의에서 좀 더 명확하게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 1일 시행된 단통법은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모두가 차별 없이 받게 하고 이통사 간 소모적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후 이동통신 사업자 간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면서 오히려 국민이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살 기회가 제한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올해 1월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단통법 폐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노코멘트'라는 것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할 말이 없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된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제조사 출고가를 잡아야 하는데 이번 법안에 이에 대한 장치가 없다"며 "선택약정할인 제도가 법안에 그대로 남으면 통신사는 이를 고려해 요금제를 비싸게 측정할 수밖에 없다. 애초 취지와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유통 대리점과 판매점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11월 22일 성명을 내고 "이번 단통법 폐지안은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고 밝혔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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