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장려금 담합 의혹으로 최대 5조5000억원대 과징금 납부 위기에 처한 이동통신 3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결국 추후 통신3사와 공정위가 법원으로 자리를 옮겨 장기 소송전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422회국회(임시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제422회국회(임시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뉴스1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월 26일과 3월 5일 두 차례에 걸쳐 통신 3사(SK텔레콤(SKT), KT, LG유플러스)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관련 전원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린다. 심결이 끝나면 구체적인 과징금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약 10년간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을 담합했다고 의심했다. 서로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면서 실적이 낮으면 특정 판매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실적이 높은 판매점에는 장려금을 대폭 낮추는 방법으로 경쟁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것이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휴대전화 판매점에 지급하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다.

반면 통신3사는 당시 30만원 이상의 판매장려금을 금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한다. 방통위도 "이통3사가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최수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정위가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통신3사 과징금 규모는 SK텔레콤 1조4091억원~2조1960억원, KT 1조134억원~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9851억원~1조6418억원에 달한다. 회사별로 과징금을 최대로 잡으면 총 5조5268억원이다. 2024년 통신3사 합산 영업이익(3조4960억원)보다 2조308억원 더 많다.

최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판매장려금 담합 제재 관련해서 "업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통신업계는 여전히 불안하다.

공정위의 이번 전원회의는 법원으로 따지면 1심 격이다. 만약 통신3사가 이번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2심인 서울고법에서 심리를 진행한다. 이후 3심인 대법원까지 넘어가 판단을 구할 수 있다. 3심제로 운영되는 일반 행정 사건과 달리 공정위 처분 불복 소송은 2심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한 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는 기업들은 무수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공정위 제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과징금을 납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심과 3심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가 다소 줄어드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의 공정위 과징금 제재 불복 소송은 잦은 편이다. 

이번 통신3사 판매장려금 건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천문학적인 돈이 걸려 있는 만큼 추가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통신당국 관계자는 "여타 다른 공정위 제재 건을 생각할 때 결국 소송까지 가서 치열하게 다투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가타부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인공지능 투자 확대를 선언한 상황에서 한 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과징금이 언급되고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최대한 문제를 잘 풀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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