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의 공격으로 SK텔레콤(대표 유영상) 가입자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회사가 내놓은 '유심보호서비스'에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고객은 "당장 유심을 교체해주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책이다"라며 유심 교체 지원을 요구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피해 규모 등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례행사처럼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중구 SKT 타워 모습. / 뉴스1
서울 중구 SKT 타워 모습. / 뉴스1

유심 전면 교체시 최대 454억원 추산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SK텔레콤의 유심 교체 지원을 원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정보유출 불안감으로 인해 SK텔레콤 대책이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오프라인 대리점을 찾아 직접 유심을 바꾼 고객도 있다. 

가입자들은 "지금 대리점으로 유심교체하러 나왔다", "물리적으로 유심을 교체하는 게 베스트 아닌가", "유심전량 무료교체 공지를 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2023년 해킹 사고 피해를 입은 LG유플러스가 피해 고객들에게 유심 무료 교체를 지원한 사례를 근거로 든다.

SK텔레콤은 피해고객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심 교체'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회사 지원책으로 내놓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소비자가 7700원씩 내는 유심 원가는 개당 1000~2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2월 기준 SK텔레콤 휴대폰 가입 회선은 2272만7326개다. 즉 SK텔레콤이 가입자 전원에게 유심을 무료 교체했을 때 드는 비용은 최소 227억원에서 최대 454억원으로 추산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시 불법적인 움직임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이 돌아간다. 2중, 3중 안전장치를 마련해 폰을 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지금 너무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분위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유심보호서비스, 안심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은 4월 22일 해킹 사고 사실을 공지한 뒤 하루 만에 고객 지원책으로 유심보호서비스 무료 가입 카드를 꺼냈다. 해당 서비스 가입 시 타인이 고객의 유심 정보를 복제 또는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한다. 이후 SK텔레콤은 24일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들도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가입 신청 절차도 간소화했다.

하지만 현재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여전히 기존 로밍 서비스는 해지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상반기까지 두 서비스를 동시에 쓸 수 있게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고객은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고객은 "피해를 입은 고객이 스스로 락을 거는 게 무슨 대처인가. 휴대폰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인데 보안 대처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으로서는 해킹 사고 피해범위 산정 관련해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이는 추후 정부의 과징금 산정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며 "대안으로 유심을 바꿔주면 될 문제지만 이는 비용 문제와도 직결돼 당장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제 필요” 목소리도

업계에서는 2014년 KT(약 1200만명 개인정보 유출), 2023년 LG유플러스(약 3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례와 같이 통신업계 내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건에 우려를 표한다. 이에 미국 등 사례처럼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고객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을 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 고객들도 판결 혜택을 받도록 한 제도다.

참여연대는 "2-3년에 한 번씩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벌이고 있지만 부과되는 과징금은 고작 몇 백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소비자 집단소송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메타는 2018년 해킹으로 인해 유럽연합 회원국 내 약 300만개, 전세계 2900만개 계정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약 3800억원의 과징금을 받았고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은 776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약 7000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이용자들에게 지급했다.

다만 집단소송제의 경우 국회 입법 등 상당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SK텔레콤의 피해 규모 확정 발표 후 피해 고객들이 모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단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가 감지된다.

단체 소송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피해 범위 등이 먼저 산정돼야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1인당 20만원 이상의 피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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