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에서 영업이익과 휴대폰 회선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대표 김영섭)이 지난해 통신3사 중 가장 적은 정보보호 투자비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소극적인 정보보호 투자가 최근 해킹사고의 도화선이 됐다고 비판한다.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600억2000만원을 정보보호에 투자했다. 이는 KT(1217억5000만원), LG유플러스(631억7000만원)보다 적은 금액이다. 

특히 KT(대표 김영섭)와 LG유플러스(대표 홍범식)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정보보호 투자액을 늘린 반면 SK텔레콤은 2021년 558억4000만원, 2022년 626억5000만원을 쓴 뒤 2023년 550억3000만원으로 도리어 정보보호 투자액을 줄였다. 지난해 다시 투자액을 늘리긴 했지만 2022년보다 26억원 감소했다. 

보안 투자는 인색했으나 인공지능(AI) 등 신규 사업 투자는 활발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은 3928억원으로 KT(2117억원), LG유플러스(1426억원)을 제쳤다. 

통신3사 중 정보보호 투자액 꼴찌지만 SK텔레콤의 휴대폰 회선 수와 영업이익은 타 경쟁사를 압도한다. 

통신3사 2021년~2024년 정보보호 투자액 그래프. / 한국인터넷진흥원
통신3사 2021년~2024년 정보보호 투자액 그래프. / 한국인터넷진흥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올해 2월 기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309만9839개의 휴대폰 회선을 기록하며 업계 부동의 1위다. KT(1334만9784개)와 LG유플러스(1094만9491개)를 합쳐야 SK텔레콤을 간신히 앞선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도 1조8234억원으로 통신3사 중 가장 많았다. LG유플러스(8631억원)와 KT(8095억원)의 영업이익을 합쳐도 SK텔레콤보다 적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미리미리 투자로 위협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터져야 대응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정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은 "통신사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안일한 재발방지책 마련 때문이다"며 "유출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정보보호 투자액을 늘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재발방지책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온 국민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니만큼 정보보호 관련 투자를 늘려 사전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확실한 피해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역시 솜방망이 처분이 아닌 과징금 상향 및 소비자 피해보상 지원책 마련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 측은 이와 관련해 "일시적 하락은 영업전산 시스템 감가상각비, SK스퀘어 분사, 전용회선 설비 사용료 감소 등이 요인이다"라며 "꾸준히 정보보호 투자는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타사와 비교해 투자액이 적은 이유를 두고는 유무선이 분리된 것이 이유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보보호 투자액은 유선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까지 합산하면 타사 대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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