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건의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당한 SK텔레콤(대표 유영상)의 해지 위약금 면제가 결정되자 통신 시장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KT(대표 김영섭)와 LG유플러스(대표 홍범식) 등 경쟁사는 가입자 증가라는 반사이익을 누리는 듯 보이지만, 향후 해킹 사고 발생 시 같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3월 12일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발생 전인 4월 18일 자정을 기준으로 약정 고객 중 침해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과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을 면제키로 했다.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은 위약금 면제를 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3개월 영업정지까지 검토한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엄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위약금 면제 권고 판단에 대해 SK텔레콤 건에 한정된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모든 해킹 사고가 발생해도 무조건 위약금 면제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작 통신업계는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번 위약금 면제 결정이 하나의 선례로 남으면서 앞으로 해킹 사고 발생 시 위약금 면제 카드를 원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위에서는 SK텔레콤의 이번 위약금 면제 결정으로 다른 통신사들이 가입자를 더 끌어올 수 있다고 보지만 다른 통신사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라며 "해킹사고 발생 시 통신사 대처의 하나의 사례로 남게 돼 부담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위약금 면제라는 사안이 해킹 사고 발생 시 통신사가 내놓을 수 있는 보상 대책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2014년 고객 1200만명 개인정보 유출된 사고를 낳았고 LG유플러스는 2023년 고객 3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당시에도 일부 위약금 면제 목소리가 제기됐으나 실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앞으로 위약금 면제 목소리는 주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약금 면제는 곧 통신사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위약금 면제와 고객 보상을 결정한 SK텔레콤은 이미 올해 매출액 전망을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낮췄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234억원이다. 

조단위대 영업이익 감소까지 언급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5월 8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위약금 면제 시 한 달 기준 최대 500만명의 가입자가 빠질 수 있다"며 "당장 나갈 위약금과 3년 치 매출까지 고려하면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