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4일 주요 대기업 그룹 10곳의 시가총액이 3% 늘어나며 환호했다. 코스피가 2% 넘게 뛰며 주식시장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상법 개정에 대한 실현 가능성이 커진 게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그룹 10곳 소속 계열사 115개사의 시가총액은 783조2706억원으로 대선 전인 2일 760조8520억원과 비교해 22조4186억원 늘어났다. 증가율로 따지면 3.0%로 이날 코스피 등락률(2.7%)을 웃돌았다.
SK그룹 시총(226조9171억→238조3055억원) 증가 폭이 5.5%로 가장 컸다.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 주가가 13.1%, 지주사인 ㈜SK가 10.7%로 상승하며 그룹 시총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이는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등 상법 개정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결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계열사(21개)를 두고 있고 ㈜SK의 경우 자사주 보유 비중이 24.8%로 높아 자사주 소각 등 정부 정책 기조를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SK와 같은 지주회사의 경우 지주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해 유동성 할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태생적으로 지주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주 간 이해상충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할인율 축소로 이어져 지주회사 수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화그룹도 지주사 영향이 컸다. 12개 계열사 중 3개(한화비전·엔진·오션)가 하락했음에도 지주사 ㈜한화가 21% 치솟으며 그룹 시총(92조3201억→94조3266억원)을 2.2% 늘렸다. 또 다른 수혜 업종인 재생에너지의 한화솔루션, 증권의 한화투자증권도 각각 5.7%, 9.6% 상승했다.
HD현대그룹도 ㈜HD현대가 6.6% 상승하며 그룹 시총은 103조5342억원에서 105조8919억원으로 하루 만에 2.3% 증가했다. 롯데그룹도 롯데지주(5.5%)에 힘입어 시총을 14조7874억원에서 15조1297억원으로 2.3% 늘렸다.
유통으로 대부분 구성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가 3.3% 상승하며 시총도 4조8942억원에서 5조403억원으로 3.0% 확대했다. 삼성은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 등 금융 자회사 덕에 시총을 540조7688억원에서 552조2483억원으로 2.1% 키웠다.
반면 이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소외된 대기업도 적지 않다. LG그룹은 시총이 126조7046억원에서 128조8942억원으로 1.7%, 현대차그룹은 137조9736억원에서 140조2702억원으로 1.6%, GS그룹은 12조4961억원에서 12조7400억원으로 1.9%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스룹은 시총이 41조2247억원에서 41조6722억원으로 찔금 늘어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