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손상된 96개 업무시스템을 대구 민관협력형(PPP) 클라우드센터로 이전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며 국가 정보인프라의 근본적인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오전 대전경찰청·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 관계자들이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9.28/뉴스1
28일 오전 대전경찰청·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반 관계자들이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5.9.28/뉴스1

정부, 손상 시스템 대구 PPP로 이전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전소된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 PPP 클라우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29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화재의 직접 영향을 받은 96개 시스템을 대구 민간 클라우드 구역에 설치할 예정이다"라며 시스템 복구에는 약 4주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 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가 걸린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전소된 대전 본원에 물리적 자원을 투입하는 대신 대구센터 PPP 공간의 민간 클라우드 인프라를 즉시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증된 보안 운영기반 위에 '클린 빌드'로 재구축하는 것이 무결성과 속도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PPP 클라우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제공하는 행정업무망과 물리보안 등 기본 인프라 위에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자원풀을 구축하는 형태다. 지난해 개소한 대구센터는 내부 9개 컨테인먼트(전산실 공간단위)를 삼성SDS,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에 임대하고 있다.

세 회사는 5년간 대구센터를 임대하면서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수행하며,  연장 시 최장 10년 동안 공공기관 정보망 운영을 책임지게 된다. 이들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민간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 보안기준' 상등급을 부여받아 민감 정보를 다루는 국가망까지 관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들 사업자와 이번 사고로 인해 손상된 시스템을 재가동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번 화재 사태를 계기로 피해 범위 이상의 업무망까지 클라우드로 이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HN클라우드 관계자는 "현재 대구센터 내에 추가적으로 수용가능한 시스템 규모를 협의 및 검토하고 있다"며 "대국민 피해 최소화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협력하며 최대한 빠르게 문제 해결해 나서고자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이전 절차…복구까지 난관 예상

업계에서는 대구센터 역시 재해복구(DR) 구조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재난재해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고에 따른 이전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센터는 지난해 10월 '백업센터 전산환경 구축' 사업에 216억원 예산을 배정했지만, 아직 완전한 DR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한 클라우드 전문가는 "대전 센터에 소실된 데이터를 옮기려고 해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갖고 있는 센터 3개 중 잔여 상면이 없어서 대구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대구 PPP 역시 DR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를 임시 거점으로 거쳐가는 곳이라면 몰라도 종착지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도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구센터로의 이전은 망 경계, 암호키 관리, 접근통제 등에서 공공 표준과 민간 운영정책을 일치시키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며, 서버와 장비를 새로 투입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전의 레거시 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로 옮기려면 단순 마이그레이션이 아니라 별도로 시스템을 다시 세팅해야 하고, 안정화 작업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당 전문가는 대안으로 민간 클라우드의 공공존 활용을 제시했다. 그는 "민간 CSP 공공존에는 이미 DR이 요건상 갖춰져 있다"며 "대구 PPP에는 DR 존이 없는데, 민간 존으로 이전해서 기존 DR을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대구로 가더라도 이것이 하나의 정거장일 뿐이며, 원천적인 문제였던 DR과 이중화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다른 계획이 동시에 준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