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들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다수 회사들이 본업인 보험손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삼성생명만은 보험손익을 끌어올리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건강보험 등 고수익 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8일 보험업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생보사 5곳(삼성·교보·한화·신한·농협생명)의 별도 기준 순익은 총 2조4654억원이다. 전년 동기 2조5871억원 대비 4.7% 감소했다.
업황 악화 속 비교적 ‘총액 방어’에 선방한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본업 악화를 투자손익으로 메웠다. 환율·금리·주가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투자손익은 단기 실적을 받쳐줄 수 있지만, 장기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질적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보험손익은 회사의 ‘기초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러나 해당 지표에서 개선세를 보인 곳은 삼성생명 한 곳뿐이었다. 삼성생명은 8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증가하며 순익 상승을 본업에서 뒷받침했다.
다른 4곳은 모두 보험손익이 줄었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보험손익은 1759억원으로 36.0% 감소했고, 교보생명은 2536억원으로 32.5% 줄었다. 신한라이프는 3754억원으로 7.5% 감소, 농협생명은 2002억원으로 28.9% 줄었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및 손해율 가정 변경 등에 따라 손실부담 계약이 늘고, 보험금 지출도 증가하면서 본업을 압박했다.
삼성생명은 수익성 높은 건강보험 위주의 영업을 이어가면서 주요 보험사 중 유일하게 보험손익이 증가했다. 실제 삼성생명의 상반기 건강보험 신계약 마진은 16.6배로 전년(16.3배)보다 개선됐다. 통상 신계약 마진 배수가 커질수록 상품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실제 삼성생명의 건강보험 신계약 CSM은 1조1410억원으로 전년 동기 8940억원 대비 27.6% 증가했다. 업계 최초로 중입자항암치료비 등 인기 담보를 선제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제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도 건강보험 수익성을 14.4배에서 15.3배로 늘리는 등 수익성을 제고했지만, 전체 신계약 CSM 중 건강보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건강보험 CSM은 6010억원으로 전년 동기 6960억원 대비 감소했다.
신한라이프는 상반기 확보한 신계약 CSM에 비해 상각된 금액이 늘면서 오히려 보유 CSM잔액이 감소했다. 상반기 CSM 잔액은 7조2646억원으로 전분기 7조4271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교보생명도 전체 수입보험료 중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보장성보험 비중은 32.6%로 2024년 38.5%에 비해 6%포인트 가량 감소했다.
농협생명은 보장성보험 위주 영업을 이어가며 월납환산보험료가 전년 대비 34.7% 증가한 800억원을 기록했다. 암 치료비를 집중적으로 보장하는 '치료비안심해NH건강보험'을 비롯해 장기요양 및 간병 서비스에 특화된 '동주공제 요양을안심해NH간병보험' 등을 판매했지만, 보험금 지급 등 비용증가 요인으로 보험손익 개선에는 실패했다.
향후 생보사들은 보험손익 방어를 위해 마진이 높은 건강보험 중심의 상품 비중 확대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자손익의 경우 환율·금리·주가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치는 구조인 만큼 본질적으로 본업 강화가 생보사들의 주 목표”라며 “수익성 높은 보장성보험 취급해 본업 수익성이 뒷받침 돼야 장기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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